구약성경에서의 거류민(גֵּר, 게르)
목차
1. 개요
2. 상세
- 어원 및 의미
- 사회적 지위
3. 권리와 의무
- 권리 (보호 조항)
- 의무 (동화 조항)
4. 신학적 의미
5. 여담
1. 개요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개념으로, [[히브리어]]로는 '게르(גֵּר, Ger)'라고 한다. 복수형은 '게림(גרים)'.
단어의 뜻을 직역하면 '나그네' 혹은 '이방인'이지만,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이 아니라 이스라엘 공동체 내에 정착하여 함께 살아가는 타국인을 의미한다. 현대적인 개념으로 치면 [[영주권]]자나 장기 체류 [[외국인 노동자]]와 상당히 유사한 포지션이다.
구약 율법 전반, 특히 [[모세오경]]에서 "너희는 이들을 절대 괴롭히지 말고 잘해줘라"라는 하나님의 엄명이 수시로 떨어지는 존재들이다. 고아, 과부와 함께 구약성경의 '사회적 약자 3대장'으로 묶인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도 이방인이 약자인 건 매한가지다.
2. 상세
2.1. 어원 및 의미
어근은 히브리어 동사 '구르(גּוּר)'로, '머물다', '기거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잠깐 들른 게 아니라 짐 풀고 눌러앉은 사람을 말한다. 성경을 읽다 보면 이방인을 지칭하는 단어가 여러 개 나와서 헷갈릴 수 있는데, 엄연히 급이 다르다.
- 게르(גר): 이스라엘 사회 안에 들어와서 정착한 외국인. 율법의 보호를 받으며, 안식일 준수 등 일부 종교적 의무도 공유한다. [[귀화]]의 전 단계 쯤으로 볼 수 있다.
- 노크리(נָכְרִי): 진짜 쌩판 남인 외국인. 무역하러 온 상인이거나 지나가는 여행객, 혹은 적국 사람. 이들에게는 이자를 받아도 되고([신명기] 23:20), 율법적인 보호 의무도 딱히 없다. ~~돈 냄새 나는 비즈니스 관계~~
- 토샤브(תּוֹשָׁב): 게르보다 좀 더 의존적인 형태의 거주자 혹은 소작인.
그러니까 성경에서 "나그네를 대접하라"고 할 때의 나그네는 주로 '게르'를 말하는 것이다. 집에 찾아온 잡상인([[노크리]])까지 다 재워주라는 소리는 아니다.[물론 신약시대로 넘어가면 [[예수]]님이 "네 이웃이 누구냐"며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범위를 키우신다.]
2.2. 사회적 지위
고대 근동 사회는 혈연 중심의 부족 사회였기 때문에, 혈연이 없는 '게르'는 빽도 없고 땅도 없는 서러운 신세였다. 법적 보호자가 없으면 언제든지 노예로 전락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호소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들을 '고아와 과부'와 세트로 묶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너네 얘네들 건드리면 벌을 내리겠다"라는 수준으로 강력하게 보호 명령을 내리셨다.
3. 권리와 의무
성경이 이들에게 부여한 권리와 의무는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엄격하였다. 고대 법전치고는 복지가 북유럽급이라 할 수 있었다.
3.1. 권리 (보호 조항)
- 학대 금지: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출애굽기]] 22:21). 이유가 걸작인데, "너희도 이집트에서 나그네였지 않느냐?"라는 팩트 폭력을 시전하신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올챙이 적 생각]]하라는 것.
- 공정한 재판: 재판할 때 이방인이라고 차별하면 안 된다. ([[신명기]] 1:16).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짓 하지 말라는 뜻.
- 복지 혜택 (이삭 줍기): 추수할 때 밭모퉁이의 곡식은 다 베지 말고, 땅에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고 남겨둬야 했다. 이게 다 거류민과 가난한 자들의 몫이었다. ([[레위기]] 19:10). [* 이 법 덕분에 [[룻기]]의 주인공 룻이 시어머니 나오미를 먹여 살릴 수 있었다. 일종의 고대 사회 안전망.]
- 안식일 휴식: 주인만 쉬는 게 아니라, 집에 있는 나그네도 무조건 쉬게 해야 한다. ([[출애굽기]] 20:10). ~~사장님만 쉬지 말고 알바도 쉬게 해줘라.~~
3.2. 의무 (동화 조항)
권리가 있는 만큼 의무도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듯이, 이스라엘에 살면 야훼의 법을 일부 따라야 했다.
- 우상 숭배 금지: 이스라엘 땅 안에서 [[몰렉]]에게 자식을 바치거나 이상한 짓을 하면 이스라엘 사람과 똑같이 처형당했다.
- 절기 준수: [[대속죄일]]에는 이들도 스스로 괴롭게 하며 쉬어야 했다.
- 할례: 원칙적으로 유월절 식사에 참여하려면 남자들은 [[할례]]를 받아야 했다. 할례를 받으면 사실상 본토인과 동등한 취급을 받았다. ([[출애굽기]] 12:48).
4. 신학적 의미
단순한 인권 보호 차원을 넘어서는 깊은 뜻이 있다.
- 하나님의 성품 반영: 하나님은 "나그네를 사랑하시며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는 분"([[신명기]] 10:18)으로 묘사된다. 즉,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곧 신앙의 척도라는 것.
- 이스라엘의 정체성: 이스라엘 민족 자체가 애초에 남의 땅([[이집트]])에서 얹혀살던 '거류민' 출신이다. 게다가 하나님은 토지법을 통해 "땅은 다 내 것이고, 너희는 나그네(거류민)로서 나와 함께 있는 것"([[레위기]] 25:23)이라고 선언하신다. 즉, 인생 자체가 원래 전세 살이라는 겸손함을 요구하는 것이다.
- 보편주의의 씨앗: 선민사상이 강한 [[유대교]]지만, '게르'에 대한 포용 정책은 훗날 이방인 선교와 [[만민구원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된다.
5. 여담
5.1. 성경적 개념 및 제도
- 후대 유대교에서는 이 '게르'의 개념을 세분화했다. 유대교로 완전히 개종한 사람은 '게르 쩨덱(גר צדק,의로운 개종자)', 개종은 안 했지만 노아의 7계명을 지키며 함께 사는 사람은 '게르 토샤브(גר תושב, 거주하는 이방인)'로 불렀다.
- 모세의 아들 이름이 '게르솜(גֵּרְשֹׁם)'인데, 여기서 따왔다. 뜻은 "내가 타국에서 나그네(Ger)가 되었다". ~~작명 센스가 참 직관적이다.~~
- 현대 이스라엘에서도 이 용어는 여전히 사용된다. 유대교로 개종하는 과정을 '기우르(גִּיּוּר)'라고 한다.
- 21세기 [[대한민국]]의 난민 문제나 외국인 노동자 이슈와 결부되어 설교 예화로 자주 등장한다. 목사님들이 "성경에도 나그네를 환대하라고 했다"며 인용하면 십중팔구 이 구절들이다.
- [[고아와 과부]]: 거류민(게르)과 함께 구약성경의 '사회적 약자 3대장'으로 불린다. 하나님은 항상 이 세 부류를 싸잡아서 보호하라고 명령하신다. ~~하나님: "얘네 건드리면 진짜 혼난다."~~
- [[희년]]: 50년마다 돌아오는 '리셋'의 해. 땅이 없는 거류민에게 직접 토지가 돌아가진 않지만, 사회 전반의 부채가 탕감되고 노예가 해방되므로 이들의 생존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 [[도피성]]: 실수로 살인한 자가 피신할 수 있는 도시. 이스라엘 본토인뿐만 아니라 거류민(게르)도 이곳으로 도망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었다. ([[민수기]] 35:15)
- [[십일조]]: 보통 성전 유지비로 알고 있지만, 3년마다 드리는 십일조는 전적으로 레위인과 거류민, 고아, 과부를 먹여 살리는 구제용 복지 기금이었다. ([[신명기]] 14:29)
- [[할례]]: 이방인이 완전한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원으로 편입되기 위한 최종 관문. 이걸 받으면 유월절 식탁에 앉을 수 있다. ~~물론 당시 마취 기술을 생각하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5.2. 관련 인물
- [[룻]]: 거류민 성공 신화의 아이콘. 모압 여인이라는 이중의 핸디캡(이방인+여성)을 안고 이스라엘로 왔지만,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율법을 잘 따라 결국 [[다윗]] 왕의 증조할머니가 되었다. [[예수]]의 족보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위엄 쩌는 인물.
- [[라합]]: 여리고 성의 기생 출신. 정탐꾼을 숨겨준 공로로 이스라엘 사회에 편입(게르)되었다.
- [[우리아]]: 밧세바의 남편이자 헷 사람(Hittite). 출신은 이방인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충직한 군인이었다. ~~하지만 다윗에게 통수를 맞고...~~
- [[모세]]: 본인 스스로가 미디안 광야에서 40년간 '게르(나그네)' 생활을 했다. 아들 이름도 '게르솜'이라고 지을 정도. 율법에서 거류민 보호를 그토록 강조한 건 본인의 경험담일지도 모른다.
5.3. 현대적 적용 및 사회 이슈
- [[이주노동자|외국인 노동자]]: 현대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게르'. 성경 시대와 마찬가지로 3D 업종에 종사하며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 [[다문화 가정]]: 21세기 한국판 거류민 가정.
- [[난민]]: 전쟁이나 기근을 피해 국경을 넘은 사람들. 성경적 관점에서 가장 시급한 보호 대상이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때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받아들이자(사랑)" vs "막자(안보)"로 엄청난 키보드 배틀이 벌어지기도 했다.
- [[제노포비아]]: 이방인 혐오. 성경이 가장 경계하는 태도 중 하나다.
- [[선민사상]]: 이스라엘이 거류민을 차별하게 된 근본 원인. ~~우리만 구원받음~~라는 태도가 심해지면서 신약 시대에 예수님과 바리새인들의 갈등 원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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